문학/필사 筆寫
"손현숙" 『엘리베이터』
태뽕이
2023. 5. 1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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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숙" 『엘리베이터』
두뇌보다 예민한 인지人指의 촉감은
숫자 판의 꼭지를 ‘톡’ 건드린다
반응이 빠른, 어느새 민감해진
들숨의 소리들은 환하게 불이 켜지고
이윽고 닫혔던 입술은
서서히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연다
빠르게 몸 속으로 몸을 들여놓은 그가
멈칫, 문이 닫히고 이내
길고 좁은 통로를 지나
본능은 조용히 피를 모은다
한가지의 생각만으로 골똘해진다
몸으로 몸의 길을 가늠하면서
충혈된 숫자 판의 눈망울은 속절없이 깜박거리고
자지러지는 몸 속으로 그가
종소리를 풀어헤친다
유실수 한 그루 옮겨 심는다
사이 놀란 듯 다시 문이 열리고
미련 없이 미끄러져 달아나는 몸
언제나 서있는, 문을 ‘텅’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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