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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필사 筆寫

"황인찬" 『물산』

태뽕이 2021. 3.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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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내가 오래도록 살아온 마을이고 개나 고양이가 많이 살고 있다 
 
"슬픈 개는 꼬리를 왼쪽으로 흔든다 행복한 개는 오른쪽으로 흔든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개의 꼬리를 유심히 보게 된다 
 
공원에서, 학교에서, 주택가에서
홀로 걷는 개들과 목줄을 매고 걷는 개들 
 
언제부턴가
나는 오른쪽과 왼쪽을 구분할 줄 알고, 무엇이 슬픈지 분간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개 한 마리가 우리 집 마당에 찾아왔다
얼떨결에 밥을 주고,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으며
개는 나와 함께 살게 되었다 
 
개는 자주 오른쪽으로 꼬리를 흔들었다
가끔 왼쪽으로 흔들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밖으로 나갔다
오른쪽으로 흔들리는 꼬리와 온종일 걸었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의 밤,
잠들어 있는 개를 보았는데
꼬리를 왼쪽으로 흔들고 있었다
그걸 보며 나도 퍽 슬펐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는 개의 꼬리를 일부러 보지 않게 되었다
개가 꼬리를 왼쪽으로 흔들면 슬퍼지니까 
 
어느 날 밤비가 조금씩 내릴 때,
나는 작은 개집에 웅크리고 들어가
내내 잠들어 있었다 
 
일어나, 일어나, 오른쪽으로 흔들어도,
아무리 흔들어도 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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