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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괄식과 미괄식에 대해...

태뽕이 2024. 11. 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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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괄식과 미괄식에 대해...

 

2019. 7. 10. 16:10

 

한 페친님이 두괄식과 미괄식의 영어 표현이 없다는 것에 놀라서 쓴 글에 답변을 달았는데, 좋아요가 10명 넘어서 여기에 내용을 좀더 보충해서 쓴다...

 

두괄식과 미괄식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없다. 그 이유는 두 단어가 우리나라에서 1985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왜 그때냐 궁금할 텐데, 다음 해인 1986년에 처음으로 대입에 논술고사를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전국적으로(?) 글쓰기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대학교 국문과 교수 몇 분이 글쓰기 방법으로 두괄식, 미괄식, 양괄식이란 말을 만들어 소개하였다.

 

두괄식을 영어 글쓰기에서 따온 거라거나, 영어 글쓰기가 이해하기 쉽다거나, 반드시 두괄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거나, 결론부터 쓰라고 하는 것은 모두 이때부터 와전된 말이다.

 

우선 영어 글쓰기와 차이를 보자. 우리말(동양)은 "철수는 강의를 많이 한다. 그래서 철수는 부자다."와 같이 상황을 말하고 판단을 하는 구조다. 논리로 말하면 'So What'이다. 하지만 영어(서구)는 "철수는 부자다. 왜냐하면 철수는 강의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와 같이 판단이나 제시를 먼저하고 그 이유를 말하는 구조다. 논리로 말하면 'Why So'다.

 

이렇게 다른 이유는 글쓰기 이전에 사상의 발전이 달라서다. 영어 글쓰기는 알다시피 라틴어 글쓰기에서 왔고 라틴어 글쓰기는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서양 철학은 기본적으로 스승이 논제(질문, 주제, 과제, 문제 등)를 먼저 던지고 그 답(해결책, 근거, 정답, 전략 등)을 제자가 찾아가는 과정이다. 미국 대학 에세이가 대표적인 예다. 원래 미국 대학이 입시에서 에세이를 보는 이유는 라틴어 능력을 보기 위함이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고만이 라틴어와 헬라어 등을 가르쳤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라틴어를 가르칠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귀족이나 부유층의 자제들이 미국 동부 사립고를 다녔고, 그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라틴어 에세이를 도입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입학사정관이 라틴 문헌이나 철학, 인문교양을 주제로 던지면, 입시생들이 그 주제를 논증하거나 근거를 제시하거나 자기만의 답을 찾는 방식으로 글을 써왔고 그것이 지금 서양 글쓰기처럼 되었다.

 

서구와 달리 우리의 글쓰기는 철학에서 온 것이 아니라 종교에서 왔다. 종교에서 왔다니까 이상하지만 고대종교(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 도교, 불교, 유교 사상에서 글쓰기가 나왔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개념보다는 현상을 이해하고 서술하고 자기를 다짐하는 식의 성찰 글쓰기가 많았다. 옛 시조를 예로 들면 대부분 뜬금없이 자연을 먼저 노래하고 자기 반성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걸 볼 수 있다. 여기에 특징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글쓰기 방법이 왕에게 쓰는 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승전결이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공자라고 하자. 아무런 직책도 없는 한량 선비(?)다. 그래서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왕에게 자기를 어필해야 한다. 그때 당신이라면 결론부터 말할 것인가? 아니면 왕의 관심을 끌 이야기를 먼저 할 것인가? 만약 당신이 결론부터 먼저 말한다면 한순간에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공자, 맹자, 노자... 등등은 왕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론, 설명, 증명, 결론과 같이 기승전결로 글을 썼다. 특히, 한자는 영어와 달라서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는 소설처럼 보이고 한자는 시처럼 보인다. 그래서 글쓰기가 기본적으로 시를 짓는 것과 비슷해졌다. 기승전결은 한시에서 기구(시상을 불러일으키는 것), 승구(시상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것), 전구(장면과 사상을 새롭게 전환시키는 것), 결구(전체를 묶어서 여운을 남기는 것)로 썼다.

 

 

철학과 종교가 일찍 분리된 서양에서는 학문적으로는 Why So 구조를 보이지만 종교에서는 So What 구조를 보인다. 교회나 절에 가보면 목사님, 스님은 모두 기승전결로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경전을 봐도 마찬가지다. 성경의 첫 구절은 무엇인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다. 그럼 이 다음 내용은 Why So라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한 이유에 대해 논증해야 한다. 하지만 성경은 So What 구조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으니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 한다. 불경도 마찬가지다. 첫 구절은 여시아문, "나는 이렇게 들었다."다.

 

돌아와서, 지금에 와서 자꾸 두괄식으로 쓰라고 하거나 결론부터 말하라고 하는데, 이건 그 글이 '평가 대상'일 때만 그렇다. 글쓰기가 대입에서 평가 대상이 되자 교수들이 고민에 빠졌다. 왜냐하면 글을 읽고 채점하는 일이 여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식의 기승전결로 쓴 글을 평가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했다. 그런데 고3 학생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기승전결로 가는 논리 구조가 뒤틀리고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글도 재미없고 결론으로 가는 논리도 안 맞으니 점수를 잘 안 주었다. 그런데 두괄식으로 쓴 글(굳이 비유하자면 결-승)은 바로 결론을 알아낼 수 있으니 그 뒤에 오는 첫번째 논거만 보고 채점하면 일이 아주 쉬워졌다. 그래서 논거의 끝을 제대로 보지 않고(논거가 3개 있으면 첫번째 것만 괜찮으면) 점수를 잘 주었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내가 국문과를 다니면서 중앙, 대성 등에서 하는 논술 모의고사 채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도 그런 식으로 채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든 입시학원이 하나같이 논술을 두괄시으로 쓰라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두괄식으로 쓰는 경우는 컨설팅펌의 보고서뿐이다. 컨설팅펌의 보고서는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결론을 먼저 말하고 논거를 드는 식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보통 기업의 내부 보고는 미괄식으로 쓴다. 왜냐하면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직원이 보고서를 쓸 때는 (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데 그 (안)이란 것이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을 안으로 결정하는 것은 피 보고자의 역할이다. 게다가 컨설팅펌은 결론을 내고 한 번 보고하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여러 번 보고하면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보통 기업 내부에서는 대부분 미괄식으로 쓴다(엄밀히 말하면 중괄식이다. 목적-배경-문제점-전략-계획-예산-효과... 로 이어지는 목차의 핵심은 전략과 계획인데, 보통 중간에 나온다. 당신이 보고 받을 때도 생각해보라. 바쁘면 보고서 중간부터 보게 된다).

 

덧붙여... 사장님이 바쁘니까 보고할 때는 결론부터 말하라고 하는데, 만약 사장님이 바쁘다면 보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사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보고를 받는 일이다. 그런데 바쁘니까 보고를 대충 받는다고? 바쁘니까 결론만 듣겠다고? 그런 사장이라면 기본이 안 된 거다. 이 글 읽는 분이 사장이라면 보고를 받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하자. 직원에게 결론부터 얘기하라고 하는 것은 사장의 임무를 직원에게 떠넘기는 짓이다. 만약 직원이 보고를 할 때 앞부분에 너무 뜸을 들이는 게 싫다면, 보고서를 받자 마자 맨 뒷장부터 열어서 거기서부터 보고하라고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한다.

 

*출처: https://m.blog.naver.com/wtoday/221582278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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