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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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9 3

"안도현"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김종길" 『성탄제(聖誕祭)』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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