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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필사 筆寫

"김종길" 『성탄제』

태뽕이 2024. 11. 1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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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山茱萸)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血液)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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