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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필사 筆寫

"김승희" 『장미와 가시』

태뽕이 2021. 9. 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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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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