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 『엘리베이터』 두뇌보다 예민한 인지人指의 촉감은 숫자 판의 꼭지를 ‘톡’ 건드린다 반응이 빠른, 어느새 민감해진 들숨의 소리들은 환하게 불이 켜지고 이윽고 닫혔던 입술은 서서히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연다 빠르게 몸 속으로 몸을 들여놓은 그가 멈칫, 문이 닫히고 이내 길고 좁은 통로를 지나 본능은 조용히 피를 모은다 한가지의 생각만으로 골똘해진다 몸으로 몸의 길을 가늠하면서 충혈된 숫자 판의 눈망울은 속절없이 깜박거리고 자지러지는 몸 속으로 그가 종소리를 풀어헤친다 유실수 한 그루 옮겨 심는다 사이 놀란 듯 다시 문이 열리고 미련 없이 미끄러져 달아나는 몸 언제나 서있는, 문을 ‘텅’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