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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영어 문법·어법

Conditional와 Subjunctive에 대한 Westerndevil의 자문 (3)

태뽕이 2021. 1. 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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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에게 예리한 지적을 하셨습니다. 그 부분을 이해하시려면 가정법 과거를 응용한 완곡어법까지 설명해야 하기에 저는 ““should”가 각하 조건으로서의 의미를 잃고 완곡 어법으로서 상투적으로 쓰였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저와 다르게 여길 수 있습니다.”라고 짧게만 말씀 드리고 넘어 갔습니다.


예컨대, “Will/Would you help me to address these letters?” 같은 문장에서 현재형 “will”을 쓰는 것과 과거형 “would”를 쓰는 것 사이에 대단한 의미 차이는 없습니다. 이때 “would”는 서법은 가정법 과거이지만, 가정법 과거의 본래 의미인 ‘가능성 없음’이 아니라 그저 “will”을 쓰는 것보다 더 공손함을 나타내는 기능을 할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정법 현재의 대용으로 쓰이는 “should”는 “shall”의 과거형으로서 서법은 가정법 과거이지만, ‘가능성 없음’이라는 가정법 과거의 본래 의미보다는 그저 상상/추측을 할 때 (특히 영국 영어에서) 상투적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을 putative “should”라고 합니다.

다만, 형태상 과거형인데도 현재나 미래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직설법 과거가 아니라 가정법 과거이기 때문이므로, 저는 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먼저 가정법 과거로 분류하고, 가정법 과거의 본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면 완곡 어법으로서의 가정법 과거를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편입니다. 이런 제 방식이 질문자를 혼란스럽게 했으면, 제 불찰이니 사과 드립니다.

 

 

 

2. “현재에 이르러서는 Should의 경우, Subjunctive Past 가정법 과거 서법이가지고 본래 의미: 각하조건(가능성 없음,0%)을 상실하였다.”가 아니라

“should”뿐만 아니라 가정법 과거 자체가, 꼭 불가능한 일이 아닌데도 완곡 어법으로 쓰일 때가 있다고 말씀 드린 것입니다. “I wanted to ask you a favor.” 같은 예문도 가정법 과거를 응용한 완곡 어법이 쓰인 경우입니다.

반면에 학교 문법에서 가정법 미래라고 부르는 경우의 “should”는 일반적인 가정법 과거로 쓰인 경우이고, 그래서 가정법 미래를 가정법 과거의 일종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음은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putative “should”를 가정법 현재로 볼지, 가정법 과거로 볼지, 아예 법 조동사를 가정법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다룰지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정법 현재의 대용으로 쓰이니 가정법 현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과거형이라는 형태에 주목해서 가정법 과거로 봄을 질문자께서 잘 파악하셨습니다.

어느 관점을 따르든 “If I should die tomorrow, I will have no regrets.” 같은 문장에서 조건절에 “should” 없는 가정법 현재나 직설법을 쓰는 것보다 “should”를 쓰는 것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낮다(less likely)고 여기는 것임을 아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용하신 논문은 일부만 가지고는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putative “should”에 관한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비교, 대조한 내용 같습니다.

인용하신 부분에 “Quirk et al.”이라고 나오는 것이 Randolph Quirk, Sidney Greenbaum, Geoffrey Leech, Jan Svartvik,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이고, 이 책의 학생용 축약판이 제가 출처로 말한 책 중 하나인 《A Student’s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입니다.

질문자께서 “근데 현대에 이르러서 영어에 Subjunctive Past라고 하면 그냥 were 만 생각한다~ 이런 건가요?”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바로 이 두 책의 관점입니다. 가정법 과거가 직설법 과거와 형태상 구별되는 경우가 주어가 복수가 아닌데도 “were”를 쓰는 경우뿐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 관점에서는 “were”가 아닌 과거형 동사가 각하 조건으로 쓰인 경우를 가정법 이외의 것으로 설명해야 하니, 직설법 과거의 용법 중에 hypothetical past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이 관점은 학교 문법과 많이 다르므로 저는 자세히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같은 용어도 무엇을 중시해서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학자마다 다르게 사용하므로, 전공 서적과 논문을 읽으실 때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인용하신 논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싶으시면, 먼저 《A Comprehensiv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와 Rodney Huddleston, Geoffrey K. Pullum, 《The Cambridge Grammar of the English Language》—이 책의 학생용 축약판은 《A Student’s 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입니다.— 등 영어 문법 전공 서적들과 영어 통사론(syntax), 의미론(semantics), 화용론(pragmatics) 등의 개론서들을 충분히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그러시고 나면, 그런 논문들을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소개해 드린 사이트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지만, 잘 모르시는 상태에서 지불하시기 부담스러우면, 그 사이트가 무료였을 때의 주요 게시물들이 보존되어 있는, mosit 강사의 지인인 영어천사 강사의 온라인 카페( http://cafe.daum.net/neoea/1WiA/37 )를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어에 관한 두 강사의 명문들을 잔뜩 읽으실 수 있고, 그러시고 나면, 저는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없는 수준인지 절감하실 것입니다.

 

 

 

3. hypothetical past는 분류 방식의 차이입니다. 동사의 과거형이 직설법 과거일 수도 가정법 과거일 수도 있는데 (“were”를 제외하면,) 어차피 둘의 형태가 똑같아서 문맥으로 파악해야 하니, 괜히 직설법 과거와 가정법 과거로 따로 분류하기보다 그냥 직설법 과거가 문맥에 따라 가정법 과거와 같은 의미도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보되, 주어가 단수인데 동사가 “were”일 때처럼 도저히 직설법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경우만 어쩔 수 없이 가정법으로 따로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그런 분류 방식이 왜 생겼는지 아시려면, 영어(발달 또는 변천)사를 공부하셔야 합니다. 고대 영어는 굴절어여서 동사의 굴절이 동사가 직설법, 가정법, 명령법으로 쓰일 때 (일부의 겹치는 경우를 빼면) 서로 다 달랐으므로, 어디까지를 직설법으로 보고 어디까지를 가정법으로 볼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세 영어부터 고립어(=분석어)가 되어 굴절이 대부분 사라져서, 동사의 형태만으로는 직설법과 가정법을 구별하기 어려워졌고, 가정법이 나타내는 의미인 상상/추측은 가정법이라는 특정한 굴절로 드러나기보다 법 조동사로 나타나거나 심지어 그냥 법 조동사도 없는 직설법으로도 나타나서, 알아서 눈치껏 문맥으로 파악해야 하게 됐습니다.

그것을 반영해서, 가정법이라는 서법을 따로 인정하기보다 가정법이 나타내던 의미가 어떤 구문이나 법 조동사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가정법을 최소한으로 인정하는 Quirk et al.에서 더 나아가서 아예 가정법이라는 서법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학자로 Bas Aarts를 인용했는데 그 전에도 Otto Jespersen이 가정법에 부정적이었고, 그래서 이 주제로 Edward Adolf Sonnenschein과 Otto Jespersen이 불꽃 튀는 논쟁을 벌인 것이 유명한데 이것에 관해서는 조성식, 《영문법론》을 (한국문화사판과 해누리판 둘 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언어에서 원래는 서로 다른 개념이었던 것이 형태가 같아지면서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되는 것을 syncretism이라고 하는데 영어 문법에서 이것의 다른 예로, 동명사(gerund)와 현재 분사(present participle)를 통합해서 다루는 것과 전치사(preposition)와 전치사적 부사(prepositional adverb)와 (대부분의) 종속 접속사(subordinate conjunction)를 통합해서 다루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A Student’s 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의 설명을 인용하면,

“Yes, I know.”
“We know the last act.”
“I know he died.”

“I had seen her once before.”
“We left before the last act.”
“That was before he died.”

위 문장들에서 동사 “know”를 목적어 없이 써도, 명사구를 목적어로 해서 써도, 절을 목적어로 해서 써도 학교 문법에서는 세 경우의 “know”를 다 동사라는 하나의 품사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before”는 목적어 없이 쓰면 부사, 명사구를 목적어로 해서 쓰면 전치사, 절을 목적어로 해서 쓰면 접속사라고 각각 다른 품사로 분류하니, 이것은 논리가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위 세 가지 경우의 “before”를 전치사라는 하나의 품사로 분류합니다. 즉, 목적어 없이 쓴 전치사는 목적어 없이 쓴 동사를 자동사라고 부르듯이 자전치사로 불러서 전치사적 부사와 전치사의 경계를 없애고, 전치사와 접속사 사이의 경계도 많이 허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학교 문법에서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 부사적 용법을 to 부정사라는 하나의 개념을 활용한 것으로 보듯이, 동명사와 현재 분사도 -ing라는 하나의 개념을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가정법 과거를 응용한 완곡 어법은 화용론적인 면이 강합니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데도 가정법 과거를 써서 마치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말해서 말의 강도를 누그러뜨리는 것입니다.

예컨대, 부탁을 할 때 “Can you...?”가 아니라 “Could you...?”라고 하면, 부탁을 하는 쪽에서 미리, 해 줄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말한 것이니, 부탁을 받은 상대방이 부탁을 거절하는 데 부담을 덜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로 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딱히 아닌데도 굳이 저렇게 말하면, 말을 돌려서 한 것이 되어 공손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 경우의 가정법 과거를 개방 조건으로 볼지 각하 조건으로 볼지는 화용론에 중점을 둘지 말지에 따라 다릅니다.

인용하신 교재처럼 개방 조건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되도록 가정법 과거를 따로 인정하기보다 직설법 과거의 특수한 용법으로 분류하는 Quirk et al.에서도 그래서 완곡 어법의 가정법 과거는 (학교 문법에서 가정법 과거에 해당하는) hypothetical past가 아니라 attitudinal past로 따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개방 조건으로 보더라도 “Can you...?”와 완전히 같은 뜻은 아니라는 것, 각하 조건으로 보더라도 가능성이 없는 일반적인 각하 조건이 아니라 완곡 어법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아시는 것입니다.

화용론의 중요성을 잘 보여 주는 것이 tvN 《코미디빅리그》의 〈용명 왈〉이라는 코너입니다. 번역에서 직역과 의역의 차이도 결국은 화용론적인 요소를 얼마나 반영할지의 차이입니다. 문법 이론을 깊이 공부하시면, 같은 사항도 이렇게, 형태를 중시한 분석과 의미나 기능을 중시한 분석으로 서로 다르게 분석되는 것을 자주 경험하실 것입니다.


가정법에 관해서 깊이 들어 가면 이렇게 별별 복잡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 저는 그냥 영어는 과거형이 현재나 미래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으로 간단히 정리하는 편입니다. 제가 아는 것은 이제 다 말했으니, 더 알고 싶으시면, 저에게 묻지 마시고 제가 소개한 책들부터 읽어 보시고 직접 연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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