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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 2

"김종길"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것은,  눈 속에 따오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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