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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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114

"황경신" 『밤 열한 시』

밤 열한 시 참 좋은 시간이야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 했으니 밤을 새워볼까도 하는 시간 밤 열한 시 어떻게 해야 하나 종일 뒤척거리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접어 서랍 속에 넣어도 괜찮은 시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던 마음도 한쪽으로 밀쳐두고 밤 속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그래, 그 말은 하지 않길 잘했어, 라거나 그래, 그 전화는 걸지 않길 잘했어, 라면서 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그럴듯한 핑계를 대줄 수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누군가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도 이미 늦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간 누군가에게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에..

"이운진" 『슬픈 환생』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외로운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

기억

이미 질리도록 반복해서 듣던 노래임에도 다시 듣다 보면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생기곤 한다. 분명 기분 좋은 순간이다. 허나 대부분 나는 이미 격하게 공감한 부분에서 멈추곤 한다. 사실 나는 이 순간을 잡아두고 싶어 굳이 노래를 지우지 않고 다시 듣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다. 순간의 감격은 전보다는 확실히 덜한 것 같다. 그래도 폰 한켠에 저장해 두고, 언제든지 이 노래의 선율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소유가 주는 만족감이 아닐까 싶다. 기억도 그렇다. 잡아두고 싶어 기록하고 싶어 사진도 찍고 그러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이미 지나가버린 바로 그 순간이다. 발효된 기억이 더 아름다워질 순 있을진 몰라도 절대 지나가버린 순간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그건 ..

뽑기

이번에는 과연 내가 간절히 바라는 뽑기가 나올까? 불현듯 초등학교 시절 문방구 앞 200원 짜리 뽑기 앞에서 물에 담궈두면 무진장 커지던 고무 공룡이 나오길 올망졸망 기대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당시 하루 용돈 500원 300원어치 불량과자 사 먹고 나면 하루에 한판밖에 못했다. 그렇게 2주일을 보내다가 마침내 뽑기에 공룡이 나왔다. 오랜 기간 동안 드디어 손에 넣은 공룡 고무인형 그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난 지금 공룡 고무인형을 너무 갖고 싶다. 언젠간 내 손에 들어오겠지

"이상"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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