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과 어법의 차이를 생각해 보자. 문법이 문장을 올바르게 쓰는 법칙이라 한다면, 어법은 올바르게 말하는 법칙쯤으로 이해해도 될 터다.
그러나 말을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있으므로, 또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니 어법과 문법이 의미상 다를 이유가 없다. 즉 같은 말이긴 한데, 사실은 좀 다르다. 어법이 문법보다 더 큰 말이라 할 수 있다. 문법엔 맞는데 어법에는 맞지 않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법은 정확성 외에 ‘우리말다움’을 추구한다. 따라서 주어와 술어 및 목적어와 동사 관계 등 호응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우리 어법에 맞지 않는 외국어 투는 버려야 한다.
<충북에서도 지난 10년여 동안 악성 중피종으로 15명이 사망을 했다.>(청주노컷뉴스 10월26일자)는 문법적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데 서술부가 좀 어색하다. 그저 ‘사망했다’로 하면 자연스러울 것을, 목적어+술어 형식의 ‘사망을 했다’는 뭔가 어법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이런 투는 노랫말이나 시에서나 볼 수 있지 정통 기사체는 아니다. 한편 여기서 ‘10년여’는 엄밀히 ‘10년 하고도 며칠 또는 몇 주(몇 달)’라는 기간일 터, 정말 그런 뜻으로 쓰였는지, 아니면 ‘11~12년’을 의미하는 건지 궁금하다.
<오송 지역 분양가는 3.3㎡당 50만 원으로 신서지역의 조성원가 293만원보다 6배가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충청투데이 10월22일자 1면)도 문법적으로는 맞는다.
하지만 어법상으론 그게 아니다. 같은 날짜 충북일보 1면의 <신서지역 토지조성원가는 오송보다 6배 비싸 오송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와 비교해보자, 어느 문장이 더 자연스러운지를. 부사어 ‘6배’는 공통적이나 그 다음 술어가 ‘낮은’과 ‘비싸’로 다르다.
주어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후자가 올바른 문장이다. ‘~배’는 뒤에는 ‘비싸다, 크다, 많다, 세다, 넓다, 빠르다’ 등 비교대상보다 ‘우월한’ 의미가 이어져야 자연스러운 법이다. 따라서 인용문장은 <~ 293만원의 6분의 1가량으로 (훨씬)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처럼 가야 되지 않을까.
KBS 10월10일자 <별 생각 없이 산행을 오른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의 경우는 동사의 용법에 의문이 든다. ‘오르다’는 자동사여서 앞에 목적어 형식(~을/를)이 아니라 부사어 형식(~에)을 취한다. 타동사로 쓰이더라도 ‘계단을 오르다’처럼 그 목적어는 제한적이다. 즉 ‘산행’을 목적어로 쓸 수 없기에 어법에 어긋난다.
충청일보 10월8일자 20면 <건국대는 대구 계명대를 4대0으로 승리해 9일 8강전을 치르고~>에서 ‘승리하다’는 동사는 ‘이기다’는 말과 쓰임새가 약간 달라서 목적어를 취하지 않는다. ‘청주시가 청원군을 승리했다’라고 하면 얼마나 어색한가. 어법에 맞지 않는 사례다.
우리말 어법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게 ‘가장 ~한 것 중의 하나’라는 형식의 문장이다. 이건 문법상 그른 건 아니지만, 명백한 영어 투로서 우리말답지 않다. <20년 뒤 충북에서 가장 많은 교인과 영향력을 지닌 교회 중 하나로 성장하리라>(동양일보 10월16일자 9면)가 그 예다. 충북에서 교인이 가장 많은 교회가 여러 개라니, 말도 안 된다.
이밖에 동양일보 10월25일자 3면 <환경오염과 거리미관을 해치고 있어>, 4면 <시민들의 불편과 미관을 해치고 있다.>도 어법상 오류가 분명하다. 목적어 호응 관계가 문제다. 미관뿐 아니라 ‘환경오염’이나 ‘불편’도 해치고 있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이런 게 어법에 안 맞는 비문(非文)이다.
출처: http://www.cb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9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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