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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습관의 법칙/05: 회사 직무 2)

21일차. 도요타 생산방식 가고, 테슬라 생산방식이 온다.

태뽕이 2023. 9. 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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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생산방식 가고, 테슬라 생산방식이 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공장. /AFP 연합뉴스

 

10년쯤 뒤 사람들은 세계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생산방식에 대해 무엇을 얘기하게 될까요? 아마도 ‘테슬라 생산방식(Tesla Production System)’을 얘기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테슬라의 생산방식이 어떻게 개념화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가는 TPS의 ‘T’가 ‘Toyota’의 ‘T’에서 ‘Tesla’의 ‘T’로 바뀌게 될지도 모르죠. 지난 반세기 동안 ‘TPS’하면 당연히 도요타 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을 뜻하는 것이었지만 말입니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도요타 방식(Toyota Way)과 대비되는 테슬라 고유의 생산방식을 부르는 용어로 ‘테슬라 모드(Tesla Mode)’ 같은 신조어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이 글에선, 업계에 친숙한 도요타 생산방식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테슬라 생산방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이른바 ‘테슬라 생산방식’이 더 부각되고, 또 훗날 자동차산업 역사·분석가들이 테슬라 방식을 개념화하고 또 이론화할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테슬라의 생산 스피드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증산(增産) (생산이 늚. 또는 생산을 늘림)이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죠.

 

테슬라의 제조 경쟁력이 다른 자동차 업계에 특히 위협적인 것은 테슬라가 이미 모빌리티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자체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업체들은 아직이죠. 다른 업체들은 자사 전기차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이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는 단계이지만, 테슬라는 자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얹을 디바이스(전기차)만 빨리 더 많이 만들면 되는 겁니다.

 

 

◇ 테슬라, 작년 94만대 판매에 이어 올해 150만대, 내년 200만대 사정권... 일론 머스크, 3월22일 독일 신공장 개소식에서 “10년 내 연 2000만대 생산” 목표 재확인

다시 말해 테슬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산을 빨리 늘리는 것’입니다. 생산만 빨리 늘리면 ‘테슬라 모빌리티 제국’의 성벽을 굳건히 쌓을 수 있죠. 5년 10년 뒤 본격적인 모빌리티서비스 시대가 열릴 때, 테슬라가 네트워크 효과를 누구보다 제대로 얻을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모빌리티서비스를 제공할 디바이스의 보급이 너무 모자랍니다. 세계 승용차 보급 대수는 15억대에 달하지만, 모빌리티서비스용 디바이스로 기능할 수 있는 테슬라 차량의 누적 보급 대수는 150만대 정도.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승용차의 0.1%에 불과하죠. 그래서 급속도로 생산을 늘릴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앞으로 테슬라 모빌리티 제국의 성립을 판가름할 제1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테슬라의 생산이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을지를 좀 더 생각해보죠. 최근 뉴스를 살펴보겠습니다.

 

“10년 뒤 연산(年産) 2000만대를 실현하는 것은 공격적인 목표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3월2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대 초반에 테슬라가 연간 200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습니다. 그것도 베를린 근교의 첫 테슬라 유럽 공장 개소식에서였죠. 머스크가 신나서 또 한 번 막춤을 춘 것으로 화제가 됐던 바로 그곳,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과 세계 최대의 프리미엄 자동차회사인 벤츠·BMW를 보유한 독일 땅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보는 앞에서 말입니다.

 

머스크는 2020년 9월 테슬라의 배터리 신기술 발표행사에서 처음으로 ‘10년 뒤 연산(일 년 동안 생산 또는 산출하는 총량.) 2000만대’ 목표를 제시했었는데요. 2020년 시점에서 ‘10년 뒤 2000만대’였으니, 당시엔 ‘2030년 연간생산 2000만대 목표’였지만요. 2022년 시점에서 다시 ‘10년 뒤 2000만대’ 목표를 제시했으니, 달성 시점은 2032년 혹은 2030년대 초반으로 살짝 미뤄진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머스크의 연산 2000만대 목표는 자동차산업의 상식에서 보면 허언(虛言)에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자동차회사인 도요타·폴크스바겐도 연간 생산·판매량은 1000만대 내외에 그치고 있으니까요. 테슬라의 현재 생산·판매 규모는 도요타·폴크스바겐에 견줄 수 없습니다. 작년에 94만대를 파는데 그쳤으니까요.

 

하지만 머스크의 말을 허언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테슬라의 증산 속도가 업계 상식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죠. 테슬라는 10년 전인 2012년만 해도 연간 2650대를 판매한 스타트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들어 처음 연산 10만대를 넘었고, 2018년 25만대, 2019년 37만대, 2020년 50만대, 작년 94만대로 수직상승 중이죠. 작년 기준으로 보면, 전기차 1위는 물론이고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세계 프리미엄카 판매순위에서도, BMW·벤츠·아우디 다음으로 많은 차를 팔아 4위를 차지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작년 94만대의 성과를 캘리포니아와 상하이, 단 2개 공장만으로 이뤘다는 것이죠. 이번에 베를린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연내에 미국 텍사스공장까지 더해질 예정이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테슬라는 연간 200만대 생산체제(올해 그만큼 생산한다는 것이 아니라 연간 생산능력이 그만큼이라는 의미입니다)를 갖추게 될 전망입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올해 150만대, 내년 200만대 판매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합니다. 테슬라가 내년 200만대 생산에 성공하고 이후로도 연평균 30% 정도의 성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2032년쯤에는 연간 2000만대에 도달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테슬라의 전년대비 판매 증가율은 작년 88%, 2020년 35%, 2019년 48%였습니다.

 

 

◇ 테슬라의 증산 속도 빨라지면서, 과거 포드시스템, 도요타 생산방식에 이어 ‘테슬라 시스템’이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생산 방식 될 수도

문제는 이렇게 빠른 기간에 이 정도 증산이 가능하냐는 것인데, 일론 머스크는 기존의 생산방식으로는 어렵지만, 방식을 바꿈으로써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즉 지난 수십년간 자동차업계 표준이었던 ‘도요타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on System)을 버리고, 자사 고유의 테슬라 생산방식(TPS·Tesla Production System)을 쓴다면 2030년대 초반 연간 2000만대 생산이 꿈 같은 얘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도요타생산방식이란, 처음엔 작게 시작해 차츰 생산을 늘리면서, 장인(匠人)의 수완으로 ‘무다(낭비요소)’를 하나하나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그러면서 재고를 최소화하는 저스트인타임 방식으로 원가를 낮춰 이익을 내는 방식입니다.

 

반면 테슬라처럼 기술을 빠르게 혁신해가면서 문제 발생·해결을 실시간으로 반복하고, 동시에 생산량도 급격히 늘려야 하는 회사엔 도요타생산방식이 제약이 될 수도 있죠. 또 도요타 생산방식은 2만~3만개의 부품을 세밀하게 조합하는 내연기관에 특화된 것이라, 부품구조가 단순하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중심인 테슬라 차량의 생산에는 완벽히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2년전까지만 해도 일본 업계는 테슬라의 IT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생산기술에 대해선 의문을 가졌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생산기술만큼 일본’이라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업계에서도 인식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테슬라의 작년 영업이익률이 전년 동기보다 5.8%포인트 상승한 12.1%가 됐다”면서 “적은 차종(모델S·X·3·Y등 총 4개)을 효율적으로 양산함으로써 성장능력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도요타(올해 3월 결산 예상 영업이익률 9.8%) 등을 앞질러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고 썼는데요. 기사의 방점은 “테슬라가 ‘효율적인 양산’을 통해 성장능력을 증명했다”는 데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테슬라가 최근 실적에서 초(超)대량생산의 가능성을 일부 보여주고 있고, 이것이 가능하다면 훗날 테슬라 시스템, 테슬라 생산방식, 테슬라 모드에 대한 정의와 평가가 자연스럽게 따를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자동차산업 역사의 흐름에 빗대 테슬라 고유 제조방식의 탄생을 얘기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테슬라 생산방식의 출현이 100여년 전 자동차산업 그 자체를 만들어낸 포드 시스템의 탄생, 반세기 전에 정립된 도요타 생산시스템의 탄생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죠.

 

세 회사 생산시스템의 유사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사 차량 개발·생산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장악한 창업자(혹은 그에 준한 인물)가 만들어냈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물론 포드도 그 이전 시스템에서 배웠겠지만) 특히 도요타와 테슬라에 해당하는 것인데요. 도요타는 포드 시스템에서 모든 것을 배운 뒤 이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해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냈고요. 테슬라도 도요타 생산시스템에서 모든 것을 배웠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해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나갔다는 겁니다.

 

 

◇ 도요타 생산방식의 본질은 도요다 아키오 현 도요타 사장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의 머릿 속에 있을지도

도요타가 어떻게 도요타 생산방식을 만들어냈는지를 생각해보면, 왜 테슬라 생산방식의 탄생을 생각하게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도요타의 창업자인 도요다 기이치로는 과거의 헨리 포드, 오늘날의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세 사람은 기술을 파고드는 실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상상력과 유연성을 겸비했고, 그 기술로 세상을 바꾸려는 꿈과 비전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죠. 그리고 세 명 가운데 원조는 헨리 포드입니다. 어떤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내려면, 자신이 속한 영역의 일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헨리 포드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포드라는 회사도 시간이 흐르면서 관료화되고, 각 업무가 세분화되면서 회사 내 누구도 모든 업무를 통합적으로 장악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면, 1950년대에 미국의 포드를 장기 견학했던 도요다 에이지(창업자 도요다 기이치로의 사촌으로 훗날 도요타 사장 역임)가 남긴 글에서 알 수 있습니다. 에이지는 미시간주 디어본에 체류하면서 포드의 모든 시설을 마음껏 구경했습니다. 당시 포드는 도요타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에이지는 보고 싶은 모든 것을 마음껏 견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에이지가 느꼈던 것은 ‘포드의 어떤 임원도 포드 내에서 돌아가는 업무를 전부 장악하고 있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에이지가 어떤 것에 대해 궁금해 하면 ‘이건 누구에게 물어보라, 저건 누구에게 물어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포드 사람들이 각자 알고 있는 지식을 에이지가 조합해 이해하는 식이었죠.

 

이미 포드 내에선 과거 헨리 포드처럼 전방위적으로 업무에 통달한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반면 에이지는 포드의 모든 비밀을 스펀지처럼 흡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에이지는, 포드의 어떤 내부 직원도 갖지 못한, 포드에 관한 통합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죠. 에이지는 귀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디트로이트가 하는 일 중에 이제 우리가 모르는 일은 없다”라고요. 지나친 자신감, 심하게 말하면 건방진 말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요. 그 뒤 도요타의 성공, 그리고 현재의 일론 머스크 언행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게 오늘날 도요타와 테슬라 사이에 똑같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은 1937년 도요타를 창업했으며 뼛속까지 엔지니어였던 도요다 기이치로, 그의 사촌 도요다 에이지, 실무 원칙을 세우고 실행한 오노 다이이치(‘도요타 생산방식의 아버지’로 불림) 같은 사람들이 만들었는데요. 이들의 공통점본인 스스로 자동차를 만드는 거의 모든 일에 통달했다는 겁니다. 3명 모두 포드시스템을 깊이 받아들이고 연구했지만, 그것을 비판적으로 또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포드시스템보다 더 나은, 시대의 변화에 맞는 새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도요타 본사를 일론 머스크가 견학한다고 생각해보죠.(실제로 머스크는 미국의 도요타 소유 공장을 인수해 처음 양산했고 도요타 엔지니어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아마도 1950년대 도요다 에이지가 포드를 견학하면서 느꼈던 것과 똑같이 느낄지도 모릅니다. 진짜로 도요타 생산시스템을 만들고 그 본질에 통달한 인물들은 이제 죽고 없죠. 대기업이 된 도요타는 업무가 분화돼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한 사람이 모든 업무를 장악하기 어렵습니다. 즉 일론 머스크라는 테슬라 CEO는 자사 제조현장의 모든 것을 본인이 장악하고 있지만, 세계 어떤 다른 자동회사의 CEO도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서 회사마다 제조의 혁신이 어느 정도로 깊고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차이점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아직도 모두가 도요타생산방식을 얘기하지만, 진짜 도요타생산방식의 본질을 장악한 인물은 도요타 내부 인물이 아니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원래 도요타 생산방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용되는 것입니다. 21세기판 도요타 생산방식의 정수는 도요타 창업자 기이치로의 직계 손자인 현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아니라, 바다 건너 일론 머스크의 머릿 속에 있을지도 모르죠. 과거 도요타와의 합작 과정에서 도요타의 장점을 배웠고, 도요타 생산방식을 자사 양산에 응용하는 과정에서 장단점을 비판적으로 해석, 결국 도요타 방식보다 나은 테슬라 고유의 생산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 테슬라, ‘기가 프레스’ 등 소재와 공정의 통합 혁신기술로 제조 경쟁력 끌어올려... 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 공장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실력 등이 뒷받침

테슬라가 생산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기가 프레스(Giga Press)’ 기술입니다. 알루미늄을 녹인 액을 틀에 부어 거대한 부품을 통째로 주조(鑄造)하는 것이죠. 테슬라는 자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 Y’의 리어 섀시(Chassis·차량의 뼈대)를 이렇게 만듭니다. 80개 패널을 용접해 만들던 것을 하나의 주조품으로 대체했습니다. 자동차 제조가 장난감차 찍어내듯 바뀌는 셈입니다.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들던 용접 공정을 없애 대폭의 비용절감·경량화·공정단축·품질향상을 노렸죠. 테슬라에 따르면, 해당 섀시부품의 제조비용은 40%, 무게는 30% 줄었습니다.

 

기술은 계속 진화 중입니다. 베를린 신(新)공장에선 리어 뿐 아니라 프런트 섀시도 한 번에 주조합니다. 이렇게 되면 모델Y의 골격은 프런트 섀시, 배터리팩, 리어 섀시로 이어지는 3개 부품이면 끝입니다. 테슬라의 최신 차량은 중앙 하부에 있는 배터리 팩 자체가 차량을 지지하는 구조물 역할을 하게끔 설계돼 있죠. 즉 배터리팩 자체가 중앙의 섀시 역할을 겸하는 셈입니다.

 

제조업에서 부품을 비용과 시간을 단축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순화입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테슬라의 이런 단순화는 자동차 제조업의 성배(holy grail)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기존의 일반 차량에서는 하부 구조를 만드는데 수백여 개 패널을 용접해야 했는데요. 이걸 하나의 공정으로 만들어 버린 거죠. 원래 이런 섀시 전체를 만드는 데는 1000대의 용접로봇이 필요한데, 테슬라의 경우 이중 3분의 2가 불필요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비용·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더 빨리 생산을 늘릴 수 있습니다.

 

생산의 스피드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은, 단위 공장당 생산량이 그만큼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내연기관차 기반의 자동차공장은 보통 대규모 생산이라 해도 25만~30만대가 표준입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공장도 있기는 하지만, 25만~30만대보다 생산을 더 늘리려고 하면 공장을 추가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죠. 반면 테슬라의 공장 2곳은 작년에 공장 한 곳당 평균 50만대 가까이 생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슬라는 올해 본격 가동하는 추가 2곳, 즉 베를린과 텍사스 공장 등 총 4개 공장 만으로도 연간 200만대 생산체제를 충분히 갖출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테슬라가 기가프레스 등 생산스피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더 많이 더 제대로 구사한다면 차량 한 대를 제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지금보다 더 많이 줄어들겠죠. 그렇게 되면 테슬라가 설비를 개조·확장하는 것만으로 1개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쯤 만드는 것도 가능해질지 모릅니다. 다시 말해, 테슬라가 공장 수를 급격히 늘리는 대신에 단위 공장당 생산 스피드를 급격히 올리는 방법을 통해 증산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최근에 다른 자동차회사도 테슬라 방식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 폴크스바겐은 독일 북부에 2023년 착공하는 신공장에 초대형 알루미늄 주조기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는데요. 100개 부품을 용접해 만들던 것을 하나로 주조, 대당 생산 소요시간을 30시간에서 10시간으로 끌어내린다는 목표입니다. 볼보도 2025년까지 지을 차세대 전기차 공장에 알루미늄 주조기계를 도입합니다. 문제는 폴크스바겐이 새로 짓는 공장이 2026년이 되어야 가동된다는 데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미 이런 기술을 양산에 적용 중이죠. 폴크스바겐이 테슬라와 같은 알루미늄 주조를 도입해 대당 생산시간을 30시간에서 10시간으로 끌어내린다는 것 역시, 테슬라에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기존업체들이 테슬라 주조기술을 따라잡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가 프레스를 따라가려면, 차량의 완전한 재설계와 함께 소재개발부터 생산기술까지 큰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스페이스X의 개발경험을 통해 알루미늄합금 등의 소재기술을 축적한 테슬라와 달리, 기존 업체들은 소재 개발 등을 외부에 맡겨 왔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도요타에서 배웠지만, 도요타의 목을 겨눈다

다시 도요타 생산시스템과 테슬라 생산시스템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테슬라 본사 공장은 원래 도요타·GM 합작공장(NUMMI)이었죠. 테슬라는 이 공장을 2010년 도요타로부터 인수했는데, 당시 도요타의 운영인력과 노하우까지 받아들였습니다. 도요타 방식을 활용했던 테슬라는 2017년 모델3를 준비하면서 문제에 직면했는데요. 수많은 시행착오·개선을 반복하며 양산일정도 앞당겨야 했는데, 재고를 최소화하는 도요타 방식은 시간이 너무 걸려 도저히 양산일정을 맞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또 공정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직원이 USB 메모리를 들고 공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작업으로 갱신해야 했는데, 공정 개선 때마다 개별 소프트웨어 변경이 늦어지거나 먹통이 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의 해법은 새로운 생산시스템을 짜는 것이었습니다. 로봇 수천 대의 업데이트를 자동화하는 툴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이후로 테슬라는 몇 주나 몇 개월이 아니라 며칠, 하루 만에도 제조라인 시스템 전체를 리셋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것은 공장의 빠른 확장성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운영 소프트웨어만 제대로 구축하면, 공장이라는 하드웨어는 남들보다 더 빨리 늘릴 수 있다는 것이죠.

 

테슬라 방식의 또 다른 강점생산시스템은 물론 핵심부품까지 스스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도요타처럼 부품 업체에 맡기고 이를 공급망의 마법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테슬라가 원하는 빠른 일정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핵심부품을 내재화하면 제조 스피드가 빨라집니다.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때 현장 팀은 수천 가지 세밀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요. 부품을 외주로 돌리면 문제 해결을 위한 작업이 복잡해지고 부품사와 오가는 사이에 시간도 많이 걸리게 됩니다.

 

 

◇ 기술검증과 AS비용 증가 등은 과제

물론 테슬라 제조방식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가 프레스로 만들어진 일체형 섀시는 외부 충격으로 일부만 손상돼도 전체를 교환해야 할 수 있죠. 최근 중국에선 한 모델 Y 소유자가 차량을 후진시키다 벽에 부딪혀 오른쪽 뒷부분이 함몰됐는데, 수리비용이 3800만원(20만 위안)이 청구됐다며 인터넷에 불만을 제기한 일도 있었습니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신형 차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특수주조품이라 손상되면 수리가 불가능하고 새 부품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는 앞으로 섀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알루미늄 주조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충돌사고 시 교체 비용에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또 오래 검증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결함이 나오지는 않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한국 자동차산업, 전기차 시대 제조의 혁신은 어디에?

테슬라의 ‘기가 프레스’와 공장운영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진화 등 이른바 ‘테슬라 생산방식’의 약진은 향후 전기차 공장의 제조 혁신과 자동화 수준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발전해 나갈 것임을 보여줍니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분야뿐 아니라, 제조 분야에서조차 타사를 계속 앞선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3월2일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연간 18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는데, 테슬라는 이미 2023년이면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의 목표가 소극적이라기보다 테슬라의 증산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죠.

 

반면 국내의 혁신은 빠르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물론 외형적으로는 멋진 전기차를 계속 내놓고 있으니까 경쟁력이 높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완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기차는 구동 측면에서 전기모터로 달리는 것뿐 아니라 무선업데이트를 통해 각종 모빌리티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아직 그런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도 없습니다.

 

전기차의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 즉 제조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문제가 없는가 하면, 그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으로 인해 생산의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양쪽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원가경쟁력, 상품경쟁력이 미래에도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수도 있죠.

 

테슬라의 기가 프레스를 다시 예로 들어보면요. 기가 프레스의 기계 자체는 이탈리아의 주조기계 회사인 아이드라(IDRA)가 만든 것이지만, 사실은 테슬라의 기술적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아이드라에 지금까지 없던 초대형 알루미늄 주조기계를 발주하고, 또 그 기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테슬라의 소재와 공정 혁신 기술이 함께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세상에는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서플라이어들이 있지만, 실은 그 서플라이어들조차 자기 기술의 확장성이 어디까지인지, 즉 그 기술이 어떻게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잘 모를 수 있다는 겁니다. 기존의 자동차 제조 혁신은 자동차회사와 서플라이어의 협력을 통해 나오는게 일반적이었지만, 전기차로 바뀌면서 점점 더 자동차회사가 주도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빠르게 경영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는 겁니다. 자동차회사가 더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끌어야 하고, 서플라이어보다 더 종합적으로 더 깊이 알아야 한다는 거죠.

 

반면 어떤 자동차회사에서는 아직도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플라이어 불러다 놓고 ‘뭐 좋은 기술 없느냐’고 다그치는 임원들도 허다하죠. 기술은 있지만 자기 영역에 갇혀 있는 서플라이어들의 각 역량을 연결해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말입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악성 노사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의 자동차산업 현실도 전기차 제조 혁신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업계의 한 생산기술 임원은 “국내 전기차 생산기술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악성 노사 관계로 인해 공정혁신을 이뤄야 할 생산기술 엔지니어들조차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대로 가면 전기차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제조의 경쟁력도 2류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처럼 제조를 혁신하려면, 관련 엔지니어 수요를 더 늘리면서 더 좋은 대우를 해야 하고, 반대로 단순 조립인력 수요는 줄여야 하는게 당연할 텐데요. 국내처럼 인력구조가 경직되고 노사관계가 강성이라면, 제조공정을 혁신한다 해도 그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사도 엔지니어도 동기부여를 충분히 얻지 못할 수 있죠.

 

현실적 상황이 어렵다면, 어떻게든 노조를 설득하든지, 장기적 인력재배치 계획을 마련하든지 해야 할 텐데요. 향후 5년 안에 노조원들이 정년퇴직해 자연 순감하기만 기다린다는 식의 얘기는 할 말을 잃게 합니다. 노조도 문제이지만, 그 문제를 방치하는 회사도 문제인 거죠. 5년 뒤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이미 테슬라를 비롯해 다른 전기차 회사들의 제조 경쟁력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가 있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테슬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전기차 제조 혁신에는 소재·가공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특수 알루미늄합금으로 거대한 부품을 한방에 주조해내는 기술이 대세가 될진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폴크스바겐·볼보가 이를 따르고 있고, 도요타 같은 회사도 일단 초소형 전기차부터 테슬라 방식의 알루미늄 주조로 바꾸려 한다고 합니다. 몇몇 중국 업체도 테슬라에 초대형 주조기계를 납품하는 이탈리아 아이드라 등과 협업 중이라고 하죠.

 

그러나 소재와 공정 전체를 보면서 제조의 혁신을 이루려는 노력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일단 국내 자동차의 경우 아직 알루미늄의 활용 자체가 매우 적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현대제철이라는 스틸 위주의 대형 철강업체를 보유하고 있어서인지 자사 차량에 스틸을 주로 사용하고 있죠. 포스코 역시 스틸을 중심으로 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테슬라 등은 제조의 방식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쳐 생산 스피드와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자동차회사가 스스로 소재와 공정에 관한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장악하고 있지 못하면 불가능합니다. 국내 중견 금속가공업체의 한 임원은 “현대차는 물론이고, 포스코·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도 기가스틸 등 철강 위주이기 때문에 전기차 제조혁신을 위한 신소재·가공기술을 복합적으로 구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처럼 서플라이어에 맡기고 그들이 주는 것만 받아 쓰는 식으로는, 테슬라처럼 내부에서 모든 기술역량을 쥐고 실시간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회사와 경쟁이 더 어려워질 겁니다. 이걸 못바꾼다면, 지금까지만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2/03/31/CGFW6AHH6ZEODFBCYDKB74W4W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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