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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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Carl Segan)"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저 점을 다시 보자. 여기 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총합,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적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과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 ㅡ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ㅡ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

"장용준" 『내가 말하고 있잖아』

7 page. 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 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스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 9 page. 과거의 난 그랬다. 잘해 주기만 하면 돌멩이도 사랑하는 바보였지. 하지만 열네 살이 된 지금은 다르다. ​ 10 page. 속지 않아. 그런 말. 믿지 않을 거야. 애정 결핍자들은 안다. 우리는 끌려다닌다. 다정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고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에 입은 벌어진다. 물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가는 새끼 거북이들처럼 무모하고 일방적이다. 가는 수밖에 없다. 끌려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망하는 것은 내 쪽. 구겨지는 건 내 마음뿐. 끌어 당기는 쪽은 죄가 없다. 허락 없이 마음을 연 사람만 바보지. 22 page. 오늘은..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의 악수.

"김승희" 『장미와 가시』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조지훈" 『승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艱辛)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東京)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이진우" 『별처럼 빛나는 인생』

깊은 밤, 카시오페이아를 찾아 논둑을 거닐다가 별똥별을 보았다 저 별이 떨어지면 한 생명이 태어나는가 아니면 한 생명이 져서 별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인가 은하에 천억 개의 별이 빛나고 온 우주에 은하가 천억 개 있다니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 틀리지 않나 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별에서 와서 빛나는 마음에 별 하나씩 품고 살다가 별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근사하지 않은가 살아도 별, 죽어도 별이라면 행복하지 않은가

"용혜원" 『한 발 더 가까이』

한 발 더 가까이 내 마음속에 있는 그대를 사랑한다. 한 발 더 가까이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언제나 흔들림 없이 그대를 견고하게 지켜주고 싶다. 그대를 언제까지나 돌보아주고 싶다. 사랑의 팔로 그대를 안아주고 싶다. 그대 곁에서 오직 사랑의 힘으로 그대를 지켜주고 싶다. -용혜원의 《사랑하니까》에서- 사랑의 마음을 정말 잘 나타낸 時입니다 행복한 사랑을 할땐 누구나 이런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한 발 더 가까이 가고 싶은건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니까 좋아하니까 더 사랑하고 싶으니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것입니다. 한 발 더 가까이 가면 두 걸음이 가까워집니다. 그대도 내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테니까요

"황경신" 『밤 열한 시』

밤 열한 시 참 좋은 시간이야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 했으니 밤을 새워볼까도 하는 시간 밤 열한 시 어떻게 해야 하나 종일 뒤척거리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접어 서랍 속에 넣어도 괜찮은 시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던 마음도 한쪽으로 밀쳐두고 밤 속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그래, 그 말은 하지 않길 잘했어, 라거나 그래, 그 전화는 걸지 않길 잘했어, 라면서 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그럴듯한 핑계를 대줄 수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누군가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도 이미 늦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간 누군가에게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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